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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회 백제기행 : 도시문화기행 셋 '서울 성북동'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15-03-26 16:44:25 조회수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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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목요일 <제 163회 백제기행-도시문화기행> 세번째 프로그램으로 서울 성북동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기행에서는 성북동의 고즈넉한 한옥과 골목 사이에 흐르는 역사문화의 정취를 느끼고, 마을 공동체를 통해 느리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성북동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서울 성북동은 한양 도성 북쪽에 있으며 수려한 자연 환경으로 예부터 선비들의 풍류와 문인들의 문예활동이 활발했으며, 간송미술관과 최순우옛집 등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북동은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성북동을 역사문화지구와 보행환경개선지구로 선정하여 거주환경을 개선하고  관광지역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첫번째 코스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길상사입니다. 이 곳은 길상사의 시민 단체인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 홍정근 국장이 맡아주셨습니다. 국장님은 길상사와 관련된 시인 백석과 기생 자야의 러브스토리를 들려 주셨습니다. 시인 백석은 1930년대 말 기생 김영한에게 반해 ‘자야(子夜)’라고 부르며 같이 살았습니다. 동거를 반대한 집안 어른을 피해 택한 사랑의 도피처는 러시아였습니다. 백석은 러시아에서 자야를 기다리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썼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야는 러시아에 가지 않았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백석과 자야가 만날 수 있는 길은 끊기고 말았습니다.

자야는 성북동에 요정 ‘대원각’을 세워 큰 부를 일궜지만 백석의 생일(7월 1일)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자야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화돼 95년 1000억원 상당의 대원각 부지 2만3000여㎡ 를 법정스님에게 시주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길상사입니다. 99년 숨진 자야는 생전에 “그 돈이 그 사람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성북 슬로비>에서 유기농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고, PMA도시환경연구소 유나경 소장과 오후 일정을 함께 했습니다. 유나경 소장은 성북동 역사문화지구 계획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2012년 서울시는 성북동 고유의 특성은 살리고 구릉지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이 일대 147만6495㎡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무렵 성북동은 풍부한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획일화된 대규모 건축물들이 난립하고 경관이 훼손돼 왔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이 일대 건축물과 용도에 대한 기준을 마련, 역사성을 보존하고 난개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역사문화지구로 선정했습니다.

성북동의 좁고 가파른 골목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이며 시인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이 머물렀던 ’심우장’이 나옵니다. 한용운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부터 10년 정도 이곳에서 지냈습니다. 그는 북향으로 이 집을 지었는데, 남향을 선호하는 한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용운은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되므로, 일제에 저항하는 뜻으로 북향으로 지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조선총독부를 등진 채 한용운은 이곳에서 민족과 예술의 지조를 지켜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이곳에서 생애를 마쳤습니다.

성북동 골목 주택들 사이에는 특히 눈에 띄는 한옥건물이 있습니다.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며, 미술사학자인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가 거처하였던 곳입니다. 그는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이곳에 머무르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등의 산실이 이곳입니다.


한국미에 대한 빼어난 안목을 가졌던 최순우답게 그의 집에도 한국적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 집은 1930년대에 전형적인 경기지방 한옥 양식을 보여줍니다. 2000년대 성북동 한옥의 양옥화 추세로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이것을 시민운동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매입하여 2003~2004년에 다시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한 점에서 의미가 큰 문화유산이 되었으며, ‘시민문화유산 제1호’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안채는 전시 공간으로 이용하고 동편 행랑채는 사무실, 서편 행랑채는 회의실과 휴게 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성북동은 서울에서 가장 먼저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동네 어르신들과 1인 가구를 표방한 젊은이들이 마을잡지를 만들고, 골목 곳곳에 흥미롭고 다양한 공간을 들였습니다. 대표적인 마을공동체는 <성북동천>, <아름다운 북정마을>, <성북동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성북동 기행에서 만나본 마을공동체는 ‘성북동천’입니다. 성북동천은 지역 안에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주민 간 교류의 계기를 확대하기 위해 성북동 주민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17717, 동네공간,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스페이스오뉴월, 희망제작소 뿌리센터가 모여 설립한 컨소시엄/네트워크형 연대체입니다. 2013년 2월 희망제작소 주관 ‘성북동 마을학교’에 참여했던 지역 주민과 민간 법인·단체, 비영리조직, 전문가 및 예술인들이 성북동이란 마을의 가치를 지키고, 나아가 주민들이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자 뜻을 모아 모임을 결성하였습니다.

 

 

주요 사업으로 성북동과 동네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담은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성북구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을 통해 창간호를, 올해는 2014 서울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사업을 통해 2·3호를 간행하였으며, 연말에는 2014 한옥마을 및 한양도성 인근마을 주민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업을 통해 4호(특집호)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번 기행에서는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편집장인 최성우 시인이 맡아주셨습니다.

 

 

5月과 6月을 아울러 이르는 ‘오뉴월’은 여름 한창, 한여름을 뜻합니다. 2011년 3월 성북동에서 시작한 전시 공간 스페이스 오뉴월(space O’NewWall)은 한여름의 뜨거운 열정으로 꾸며지는 새로운 전시 공간(New Wall)입니다. 오뉴월을 오픈한 세명의 이력을 잠깐 살펴보면, 서준호 씨는 미술이론을 공부한 뒤 주로 전시기 획자로 일해 왔고, 김범서 씨는 뒤늦게 경영학도의 길로 들어서 아직 학생입니다. 김세미 씨는 미술 이론을 전공한 후 <아트앤컬처> 기자로 활동 중. 오뉴월은 “도시 속에 있는 구성원들은 사회와 소통하고 예술과 대화한다”는 거에 착안해 ‘도시-이미지-문화’를 매개하는 에이전트(agent)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시뿐 아니라 출판, 워크숍, 프로젝트, 세미나, 스크리닝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제과점의 자재 창고를 개조해 올해 문을 연 ‘17717’은 전시와 공연을 겸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17717은 성북동의 문화유산과 예술적 자산을 활용하여 지역에 기여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창작자들이 이용합니다. 이러한 고민은 다양한 공연 전시로 탄생되어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의 소통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성북동의 마을 공동체를 끝으로 이번 기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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