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사진·동영상 갤러리

트위터

페이스북

158회 백제기행 - 예술기행 스물 둘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14-10-21 15:46:34 조회수 1390  
첨부파일



가을볕이 좋은 9월, 사회적기업 마당은 '158회 백제기행 - 예술기행 스물 둘'을 맞아 김수근의 공간 사옥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개관전 와 우화의 대가 이강백 작가의 신작연극 <즐거운 복희>를 만나러 떠났습니다.



한국 현대 건축사를 장식하는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는 故 김수근(1931~1986) 선생이 지은 '공간 사옥'(등록문화재 제586호)은 3대를 거친 최고 건축가들이 자신들만의 모티브로 완성시킨 조화로운 건축 작품이라는 면에서 그 자체로 우리 건축의 역사이자 살아있는 기록입니다. 또 같은 건물에 위치한 소극장 공간사랑은 소극장운동의 중심지로 1970~80년대 지식인과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건축물은 1971년 6월 처음 착공되어 그 해 12월에 구관의 전체 골조공사가 완성되었으며 1975년 5월 신관의 증축이 이루어져서 1977년 4월 완공되었습니다. 공간 사옥은 밖에서 보면 좁고 긴 네모반듯한 덩어리들로 조합되어 있고, 외부 벽은 검은 벽돌로 쌓아 지은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내부 공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공간 사옥의 조형성과 공간 미학은 건축물이 터를 잡고 있는 장소적 성격, 즉 좁은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북촌이 지닌 도시 정서를 건축 공간 안에 담아내고자 한 김수근의 건축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우리의 전통양식이며 생활 문화적 습성이 담겨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합니다. 지금 공간 사옥은, 김수근 선생 사후 공간을 이끌었던 2대 장세양 대표의 신사옥과, 1996년 장세양 대표의 타계 후 지금까지 공간을 이끈 3대 이상림 대표의 한옥 등 세 채의 사옥이 마당을 중심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는 9월 이 유서 깊은 공간이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보존과 창조’라는 원칙에 따라 예전 건물의 화장실과 비상구 표시등, 배선 등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전시공간으로 재창조하였습니다. 이번 개관전에서 현대미술 수집가로 손에 꼽히는 (주)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 중 마크 퀸, 피에르 위그, 바바라 크루거, 키스 해링, 수보그 굽타 등 동서양을 망라한 거장 43명의 작품 100여점을 관람했습니다. 아쉽게도 미술관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참가자 분들은 열심히 눈과 마음에 담아왔습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전시를 관람한 뒤 근처에 있는 한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 동안 북촌한옥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다음 일정을 위해 남산예술센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우화(寓話)의 대가로 손꼽히는 이강백 작가의 신작 <즐거운 복희>는 어느 한적한 호숫가 펜션에 모여든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내는 비극을 통해 현실의 틈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이번 연극은 은유와 상징으로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거장의 정통연극을 통해 우리가 사는 오늘을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안겨주었습니다. 작품의 내용과 더불어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무대였는데요. 본래부터 남산예술 센터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이강백 작가는 작품을 쓸 때부터 남산예술센터를 염두에 뒀다고 합니다. 높고 깊은 무대는 호숫가 펜션을 표현하기에 적합할 뿐 아니라,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호수나 잠겨있는 물같은 이미지는 다른 극장에서 구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작품이 의미있는 이유가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에 재직 중이었던 이강백 교수가 퇴직 후에  처음으로 써낸 작품으로, “평생 연극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던 곳에서 퇴직 후 처음 쓴 작품을 공연 하게 돼 설렙니다. 그때 느꼈던 벅찬 감정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요.”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는데요. 작품의 주제는 분명 가볍지는 않지만,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흰 백발 거장이 만든 작품이라고 하기에 오히려 산뜻한 감성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목록